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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슬램성지순례와 코미케

<둘째날-13일>

새벽 5시, 다들 스멀스멀 일어나 숙소에서 나왔습니다. 코미케는 새벽같이 출발해도 기다리고 줄서고 하는데 빠듯하다고 하더군요. '설마, 줄이 얼마나 길길래' 일행중 행사장에 여러번 다녀온 히비키님의 말이었으니 믿었지만서도, 사실 상상은 되지 않았는데 행사장 도착해보니
이건! 이건!!!..."두둥"이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정말로 "두둥"이었어요

전시장 역에 도착했을때가 대략 6시30분, 개장시간까지 3시간 반이나 남아 썰렁할꺼라며 좋아했더랬는데 저 인파를 본 순간 참 기가막혀서-_- (사진은, 도착하자마자 앞줄을 찍은거고, 우리 일행 뒤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지요) 그러니까 저 많은 사람들이 다 들어가야만 우리 차례가 겨우 온다는 얘긴데, 으찌나 막막하던지. 그래서...

밥이나 먹자!
대충 비닐을 깔고, 숙소 근처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을 뜯었습니다. 거 참... 이 사람들의 음식 데코레이션 만큼은 간지러울 정도로 기가막혀요. 색색의 도시락에 매료되, 노란 그릇에 담긴 오므라이스스러운 것을 먹었는데 알고보니 밥이 아니라 짜장라면이더군요...먹을만 했습니다. 다른분들의 맛있는 도시락을 뺏어먹으며 배를 채운 후, 10시까지 햇빛이 직빵으로 내리쬐는 아스팔트 위에 저렇게 우산쓰고 송장처럼 앉아있었지요 (목덜미와 팔뚝은 어제 에노시마 여행으로 새빨갛게 타고, 겨우 우산이란 건 준비해와서 살 회지 목록을 체크하면서도 헤죽헤죽 웃고있는 저 더위먹은 인간을 보십쇼-_-;) 그리고 정확히 10시! 줄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 여기서 잠깐! 코미케 들어가기전...체크체크^^
① 코미케 안내 책자입니다. 이 책이 없으면 사막에서 나침반을 잃는것과 같아요. 부스가 어찌나 많던지 처음 간 사람은 꼭 있어야 헤메지 않는데, 행사 전 만다라케나 케이북스쪽에서 판매한다고 합니다.전날 히비키님이 어렵게 구해 온 안내책자... 처음봤을땐 "백과사전"인 줄 알았어요;;; 두께가 엄청났거든요. 대략 4센티...
② 두께에 놀라고, 펼쳐봤을때 빽빽하게 붙어있던 동아리 숫자에 놀랐습니다
③ 행사장 지도에요. 파란색 지도 자세히 보시면 "4,5,6"이라고 써있는데 그게 ④번 행사장 약도에서 東관 "4,5,6"을 표시한겁니다. 뒷면엔 東관 "1,2,3"이 표시, 西관의 부스들까지 합치면 어마어마;
⑤ 예전엔 저 지도의 절반이 슬램부스였다던데... 지금은 파란색으로 표시된 구역만 슬램 부스입니다. 그런데도 많았어요!!! 174부스!!!
⑥ 코미케 같이 간 일행이 5명이라, 일행마다 ①번의 백과사전을 들고다니기엔 가격으로나 무게로나 무리다 싶어서, 슬램부스들만 따로 복사해서 각자 들고 다녔지요.

행사장 내부입니다. 원래는 사진촬영은금지지만... 걸리면 중국인인 척 하면된다; 싶어 철판 깔고 찍었지요. 우리나라와 달리 부스 자체의 디스플레이는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팬시보다 회지가 많았어요. 연령대도 주로 20대...
슬램부스들이 모여있는 장소에 도착해서는 부스책상마다 이노우에님의 신문광고가 붙어있는데... 미쯔이를 보자마자 냅다 뜯어가고 싶더라고요ㅠㅠ 실물은 정녕 환상이었습니다. 아아~♡
아, 행사장 돌아다니면서 느낀건데 슬램은 다른 패러디들 보다 확실히 작가 연령층이 높던데요. 일전에 일기장에도 썼지만, 한 가지 장르만으로 3~40권씩 내고, 어느새 아줌마가 된 작가들이라던지, 그렇게 될 수있는 여건, 작가 스스로의 근성 등이 멋져 보였어요. 그동안 나태했던 동인관, 회지작업에 임하는 자세등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불가능 할 수도 있겠지만, 코미케 참가해보고 싶더라고요^^

행사장을 나왔을때의 모습입니다. 거대한 톱이 인상적이었지요. 모두들 동인지를 바리바리 싸들고 엄청 행복한 얼굴로 케이북스와 애니메이트가 있는 이케부쿠로 역으로 향했습니다.

이케부쿠로에 도착!!! 시계는 3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겟한 동인지에 정신을 빼놓느라 배고픈 줄 몰랐는데 내내 아무것도 안 먹었다는 걸 깨닫자마자, 그제서야 배고파지더라고요(둔감하게도;)
해서 점심은! 점심은!!... 벼르고 별렀던 모스버거를 먹기로 했습니다. 일본에서도 다섯가게 밖에 없다는 모스버거집, 마침 이케부쿠로에 있다는 그 유명한 모스버거집... 에 들어갔지요. 역시 명성에 맞게 손님이 많았습니다. 데리버거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엄청 평범해서 실망하다가 한 입 베어물은 순간...

ㅠ..ㅠ
)-(
정말 거짓말 안 하고 저런 표정을 하고 먹었어요 (입안 한 가득 오물오물하면서...)

맛의 달인 수식어로도 표현 못 할 몸서리쳐지는 기가막힌 맛이었습니다.
이건, 직접 드셔보세야해요. 다음날도 또 먹으러 갔다니까요~♡

대충 정신을 수습하고, 케이북스와 애니메이트, 만화의 숲등을 돌아다녔습니다. 이미 코미케에서 동인신의 정기가 모두 빨려졌는지 사진조차 찍을 힘도 없었지만 (그래서 위의 가게사진 3개는 넷상에서 퍼왔습니다;) 눈만은 반짝반짝해져설랑 마구 헤집고 다녔습니다. 가게 하나 들어가면 나오기 싫을 만큼 재미있는게 많았습니다.
이때가 8시쯤이었는데 시부야 만다라케가 폐장하기 직전에 들어가서 동인지를 보며 마구마구 행복해하고, 근처 식당(12일 아침에 먹었던 곳과 비슷한 식당)에서 쇠고기 덥밥을 먹었습니다. 쇠고기 덥밥위에 계란노른자를 떨어뜨려주는데... 버터에 밥 비벼먹는 것 같이 기름이 좔좔흘러서 너무너무 고소했어요. 일행들이 시킨 마파두부덥밥도 뺏어 먹어봤더니 그 또한 최고였습니다. (아아~ 이번 여행처럼 맛있는 것만 골라먹기도 힘들꺼에요)

숙소에 와서, 다들 사 온 동인지를 풀어놓고 마냥 행복해 했습니다. 머리가 떡이되던, 살이 빨갛게 탔건, 핏줄이 터져있건... 동인지 앞에선 힘든 것도 잊게 되더라고요. 아, 편의점에서 사온 푸딩을 먹으면서 보니 책 내용이랑 섞여서 달달 하던데요^^
새벽 5시까지 일행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그렇게 둘쨋날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다음날은 하나미치의 학교! 미쯔이와 루카와와, 우리들의 학교!!! 쇼호쿠 고교 투어 예정입니다